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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이 줄어들면 관계도 줄어들까

by 꼬꼬밍꿈 2025. 12. 16.

출근이 줄어들면 관계도 줄어들까

출근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업무다. 해야 할 일, 마감, 회의, 성과 같은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하지만 하루를 곱씹어 보면, 출근은 단지 일을 하기 위해 존재했던 행위만은 아니었다. 출근은 매일 같은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들어가는 일이었고, 그 안에서 우리는 의도하지 않아도 관계 속에 놓였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친하지 않아도,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사실만으로 관계는 형성됐다.

오늘은 줄근이 줄어들면 관계도 줄어들까에 대해 설명해드릴 예정입니다.

출근이 줄어들면 관계도 줄어들까
출근이 줄어들면 관계도 줄어들까

출근은 일을 하러 가는 일이면서 동시에 관계에 들어가는 일이었다

회사에서의 관계는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매일 마주치고, 비슷한 피로를 나누고, 같은 방향을 향해 일한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의 잡담, 엘리베이터에서의 인사, 회의 전후의 짧은 농담처럼 아주 사소한 접촉들이 관계의 최소 단위를 채워주었다. 깊지 않아도 괜찮았고, 굳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됐다. 출근이라는 구조가 관계를 대신 유지해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근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이 구조는 자연스럽게 약해진다. 재택근무, 주 4일제, 유연 근무 같은 변화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매일 같은 사람들을 보지 않는다. 업무는 온라인으로 이어지지만, 관계는 그렇지 않다. 필요한 말만 주고받고, 용건이 끝나면 대화도 끝난다. 출근이라는 물리적 접점이 사라지자, 관계를 이어주던 작은 마찰과 우연도 함께 사라진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출근이 줄어들면 관계도 함께 줄어드는 걸까. 예전보다 사람을 덜 만나고, 덜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건 관계의 축소일까 아니면 정리일까. 출근이 만들어주던 관계는 분명 많았지만, 동시에 그 관계들은 ‘자동으로 유지되는 관계’이기도 했다. 그 자동 장치가 사라질 때, 우리는 비로소 관계의 본질을 다시 보게 된다.

 

자동으로 유지되던 관계가 사라질 때 느끼는 낯선 고요함

출근이 줄어들고 나면, 하루는 생각보다 조용해진다. 메신저 알림은 줄어들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대화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이 고요함은 처음에는 편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묘한 공백으로 다가온다. 예전에는 별 의미 없던 대화들이 사실은 하루의 리듬을 만들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된다.

회사에서의 관계는 때로 피곤했지만, 동시에 외로움을 완충해 주는 역할을 했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누군가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연결감을 느낄 수 있었다. 출근이 줄어들면 이 연결감이 갑자기 끊긴다. 사람을 안 만나서 외로운 게 아니라, ‘관계 속에 있다는 감각’이 사라져서 허전해지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관계에 대한 불안이 생긴다. 연락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관계들, 먼저 안부를 묻지 않으면 이어지지 않는 대화들. 출근이라는 이유로 유지되던 관계들은 더 이상 우리 곁에 머물러 있지 않다. 그러자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내가 원해서 이어가고 싶은 관계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관계를 위해 나는 얼마나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부담스럽다. 자동으로 이어지던 관계는 편했다. 굳이 마음을 쓰지 않아도, 시간과 공간이 대신 관계를 붙잡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근이 줄어든 이후의 관계는 선택이 필요하다. 연락할지 말지, 만날지 말지, 깊이를 유지할지 흘려보낼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이 선택의 부담 때문에, 고요함은 때로 외로움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고요함은 관계가 사라졌다는 증거라기보다, 관계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소음처럼 많던 연결이 줄어들면서, 어떤 연결이 나에게 의미 있었는지가 더 또렷해진다.

 

출근 이후가 아니라, 출근 없이도 이어지는 관계를 선택하는 시대

출근이 줄어든 시대의 관계는 양보다 밀도가 중요해진다. 매일 보지 않아도 이어지는 사람, 용건이 없어도 안부를 묻게 되는 사람,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마음의 거리가 유지되는 관계들이 남는다. 이 관계들은 자동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대신 의식적인 선택과 작은 노력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이 방식이 낯설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약속을 잡고, 먼저 메시지를 보내고, 시간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중요한 차이를 경험한다. 출근이 만들어준 관계는 사라질 수 있지만, 선택해서 이어가는 관계는 더 단단해진다는 사실이다.

또한 출근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형태의 관계도 생긴다. 꼭 같은 직장, 같은 공간이 아니어도, 비슷한 관심사나 가치관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결된다. 물리적 출근은 줄어들었지만, 정서적 연결은 오히려 더 명확해질 수 있다. 만나지 않아도 이어지는 관계, 자주 보지 않아도 편안한 관계는 이 변화 속에서 더 중요해진다.

출근이 줄어든다고 해서 관계가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관계의 기준이 달라진다. ‘같은 곳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이어지던 관계는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같이 있고 싶다’는 이유로 이어지는 관계는 남는다. 이는 상실이 아니라 정리이며, 고립이 아니라 재구성이다.

 

출근의 감소는 우리에게 관계를 다시 선택할 기회를 준다. 누구와 연결되고 싶은지, 어떤 관계에 에너지를 쓰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하게 만든다. 그 선택은 때로 외롭고, 때로 불안하지만, 동시에 더 솔직하다. 출근이 줄어들어도 관계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더 이상 자동으로 주어지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나는 어떤 관계를 원하고, 어떤 연결을 지켜가고 싶은 사람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시작할 때, 출근 이후의 관계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깊어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