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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줄어들수록 더 불안해지는 사람들

by 꼬꼬밍꿈 2025. 12. 16.

일이 줄어들수록 더 불안해지는 사람들
사람들은 흔히 일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마음도 편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출근하는 날이 줄고, 해야 할 업무가 줄어들면 스트레스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종종 정반대다. 일이 줄어들수록 오히려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 커지는 사람들이 있다. 몸은 덜 피곤해졌는데 마음은 더 바빠지고, 시간은 늘어났는데 생각은 더 복잡해진다. 이 불안은 단순히 ‘할 일이 없어서 생기는 심심함’과는 다르다. 더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감정이다.

오늘은 일이 줄어들수록 더 불안해지는 사람들에 대해 설명해드릴 예정입니다.

일이 줄어들수록 더 불안해지는 사람들
일이 줄어들수록 더 불안해지는 사람들

일이 줄어드는데 왜 마음은 더 바빠질까

우리는 오랫동안 일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왔다. 얼마나 바쁜지,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내는지가 곧 성실함이었고, 존재 이유처럼 여겨졌다. 일정이 꽉 찬 달력은 안정감의 상징이었고, 지친 하루 끝에 느끼는 피로는 ‘잘 살고 있다’는 증거 같았다. 그래서 일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생활 리듬이 아니라 정체성이다. ‘나는 지금 충분히 쓸모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고개를 든다.

특히 성실함을 미덕으로 배워온 사람일수록 이 불안은 더 크게 다가온다. 쉬는 시간에도 뭔가를 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고, 아무 계획 없이 하루를 보내면 자신을 게으른 사람처럼 평가한다. 일이 줄어든다는 것은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평가 기준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회사 일이 많아서”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었던 하루가, 이제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 불안은 질문의 형태로 나타난다. 지금 이 시간을 이렇게 써도 괜찮을까, 남들보다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여유가 나중에 후회로 돌아오지는 않을까. 일은 줄었지만, 자기 검열은 오히려 더 심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일이 많을 때보다 일이 줄어들었을 때 더 자주 자신을 의심한다. 바쁠 때는 생각할 틈이 없었지만, 여유가 생기자 그동안 미뤄두었던 불안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일하지 않는 나’를 불안해하게 되었을까

일이 줄어들수록 불안해지는 이유는 개인의 성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 배경에는 우리가 살아온 사회의 가치관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일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해 왔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가장 먼저 묻는 질문도 “무슨 일 하세요?”다. 직업은 곧 정체성이 되었고, 일의 양과 강도는 그 사람의 성실함과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처럼 작동해 왔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에게 일이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기준 자체가 사라지는 경험이다. 예전에는 아침에 출근하고, 정해진 일을 하고, 퇴근하는 구조 속에서 하루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하지만 일이 줄어들면 그 빈자리를 스스로 채워야 한다. 무엇을 해야 의미 있는 하루인지, 무엇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지, 누구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쉬는 시간에도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찾으려 한다. 취미조차 ‘도움이 되는 취미’여야 마음이 편하고, 휴식도 ‘재충전을 위한 휴식’이어야 정당화된다. 그냥 쉬는 건 어딘가 부족한 선택처럼 느껴진다. 이때 불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뀐다. 일하지 않을 때의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그 모습은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특히 변화의 시기에는 이 불안이 더 커진다. 주 4일제, 자동화, 업무 효율화처럼 일이 줄어드는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를 느낀다. 실제로 일이 사라지지 않더라도, ‘언제든 줄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마음은 불안해진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일이 줄어들수록 더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여유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이 불안은 게으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잘 살고 싶고,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클수록,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견디기 어려워진다. 우리는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하려 애쓴다.

 

일이 아닌 것으로 나를 설명하는 연습이 필요한 이유

일이 줄어드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기계발이 아니라, 자신을 다른 언어로 설명하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로 자신을 소개해 왔고, 그 외의 질문에는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일이 줄어들수록, 그 질문은 점점 힘을 잃는다. 대신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같은 질문이 더 중요해진다.

불안을 줄이기 위해 꼭 무언가 대단한 목표를 세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작은 감각을 회복하는 일이 먼저일 수 있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능력, 아무 성과가 없어도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는 쉽게 배워지지 않는다. 일을 통해 인정받는 데 익숙한 사람일수록, 이 과정은 낯설고 불편하다.

하지만 일이 줄어드는 흐름은 피할 수 없다면, 그 안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불안을 억지로 없애려 하기보다, 왜 불안한지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정말로 시간이 없어서 불안했던 걸까, 아니면 일이 나를 대신 설명해 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 질문에 답하기 시작하면, 불안은 조금씩 다른 얼굴을 띤다.

일이 줄어들수록 불안해지는 사람들은 사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 성실함이 더 이상 일 하나로 설명되지 않을 때, 새로운 기준이 필요해진다. 일을 덜 하면서도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기준, 바쁘지 않아도 충분히 가치 있는 하루라는 감각. 그것은 제도가 아니라 연습을 통해 만들어진다.

결국 일이 줄어드는 시대에 필요한 능력은, 시간을 채우는 능력이 아니라 시간을 견디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를 부정하지 않는 태도. 그 태도가 생길 때, 일의 양과 상관없이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다.